a Space

a Space

The beginning was simple. It was an old hard disk drive. My works started by staring at it.
It is a space of record that is separated from its original body but placed on the top of a desk.
Without the original body that can allow me operate, it is nothing but a useless thing.
But the records in it are the desire to expand the imperfect memories over limit, and the trials to overcome the limits of time and space.

Such machinery recording device cannot promise eternal preservation.
Though it is of imperfection and of trials of desire and will of humans to preserve a moment,
a memory, a time and a space without wearing out them or allow damages on them,
but it is always not free from the danger of breakage and breakdown.
I wanted to keep the records of this unstable device. I wondered if it is ever possible.
What came to my mind at the moment was to use epoxy resins.
I poured out epoxy onto the hard disk, and dried it out, and it got saved from getting damaged.
It reminds of the film-novel (2006).
The main character Jean-Baptiste Grenouille tries to catch the scent at the top of beauty.
The impulse toward desire of beauty drove the main character to find a woman with beautiful scent,
to kill the woman and to collect the scent. The character shows an endless desire to take nothing but the scent; no flash, no blood.
I came down to a decision that without certain violence, eternal preservation would not be possible.
I started collecting records. Besides the hard disk that had my records in, I collected a data tape from a company’s data office,
an audio tape that recorded a live occasion, a VHS video tape of a movie, a 16mm single film, a 8mm film of a sports contest;
they are what are deeply rooted in modern people’s life and I damaged them physically.
Then, I have sealed forever with epoxy resin. This process continued by organizing up objects and taking photos of them.
As my artworks get completed, a paradox occurs. Though eternal preservation is now possible,
but the record device reproduction is impossible; it is an artistic paradox. Like the first time when starting the artworks,
as I stare at artworks slowly, other paradoxes come to my mind one after one. This, what is finished with its material life,
it is now an artistic trash that shows potential life as a free spirit, and it has a sad eye, maybe that eye is of media, and there are many of it.

a Space

시작은 단순했다. 오래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였다. 그것을 천천히 응시하는 데서 작품은 시작되었다.
본체에서 분리된 채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어떤 기록의 공간. 그것을 구동해줄 매개 없이는 쓸모없는 물질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그러나 그 안에 집적된 기록들, 불완전한 기억을 한계 너머로 확장시키려는 욕망,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들.
이런 기계적 기록 매체는 영구한 보존을 약속하지 못한다. 인간의 불완전하고 기억 너머로 하나의 순간을, 하나의 기억을,
하나의 시공을, 시간이 수반하는 마모와 훼손 없이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와 의지가 만들어낸 산물임에도,
그럼에도 그것은 파손과 손상 위험에서 언제나 자유롭지 못하다. 사소한 충격만으로도 산산이 부서질 수 있다.

나는 이 불안한 매체의 기록을 영구히 보존하고 싶었다. 그럴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때 떠오른 건 에폭시 수지. 나는 하드디스크에 에폭시를 부었고 그것은 단단하게 굳어졌으며 파괴의 위험으로부터 구출되었다.
이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2006)라는 영화-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움의 궁극에 닿아 있는 향을 채취하고자 하는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아름다운 체취를 가진 여인을 찾아서 죽이고
그 체취를 모으는 그의 탐미적인 충동. 오직 체취만을, 살과 피를 제거한 향 자체만을 채집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그 끝없는 욕망.
어떤 폭력 없이는 영구한 보존이 불가능하리라 라는 판단이 섰다. 나는 기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내 자료가 저장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외에도 회사 전산실에서 나온 데이터 테이프, 실황을 녹음한 오디오 테이프, 영화가 녹화된
VHS 비디오테이프, 16mm 단편 영화, 운동회를 촬영한 8mm 영화 필름 등 현대인의 일상에 뿌리 깊게 닿아 있는 기록 매체를 수집했고,
거기에 물리적인 훼손을 가했다. 그리고 에폭시 수지로 영원한 봉인을 실행했다. 이는 오브제를 다듬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작품의 완성과 더불어 하나의 역설이 실현된다. 영구한 보존은 가능해졌으나 기록 매체의 재생은 불가능해진 미학적인 역설 혹은 모순이.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작품을 천천히 응시하다 보면, 첫 번째 역설을 부수는 또 다른 역설이 설핏설핏 떠오른다. 물질적 생을 다한
이 미학적 쓰레기에게서 느껴지는 부정태로서의 잠재적 생명력, 재활용을 기다리는 듯한 그 슬픈 눈, 어쩌면 매체의 눈. 눈들.